일본 기차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어디에서 나올까요? 많은 이들이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는 신칸센을 떠올리겠지만,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로컬 노선을 따라 흐르는 지역만의 풍경과, 그 안에서 즐기는 특별한 도시락—바로 '역벤토(駅弁)'입니다.
역벤토는 단순히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. 각 지역의 식문화, 특산물, 역사, 미각의 특징이 모두 응축되어 있는 하나의 '작은 문화 콘텐츠'라 할 수 있습니다. 특히 지역 한정 벤토는 오직 해당 역이나 인근 매장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여행자에게는 또 다른 목적지가 되기도 합니다.
저는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'지역 벤토 수집'을 하나의 취미처럼 즐겨왔고, 이번에는 직접 먹어본 벤토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5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.
1. 모리오카역 – 규니쿠벤(牛肉弁)
일본 도호쿠 지방의 관문인 모리오카역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'규니쿠벤(소고기 도시락)'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. 이 도시락은 얇게 저민 와규 슬라이스가 밥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으며, 따로 가열하지 않아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이 인상적입니다.
도시락 내부에는 고기 외에도 지역 채소를 넣은 반찬이 2~3종 구성돼 있어 밸런스도 좋습니다. 특히 규니쿠벤은 바쁜 비즈니스 여행자들이 신칸센을 타기 전 간편하게 사서 먹는 도시락으로도 인기입니다. 전자레인지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.
- 가격: 약 1,200엔
- 판매 위치: 모리오카역 개찰구 앞 벤토 전문점
- 포장 형태: 깔끔한 검은 도시락 상자 + 젓가락 포함
2. 가나자와역 – 금박이 올려진 킨파쿠벤(金箔弁当)
전통 공예의 도시인 가나자와에서는 도시락도 그 품격이 다릅니다. 이곳에서 판매되는 '킨파쿠벤(금박 도시락)'은 보기에도 고급스럽고, 맛에서도 지역 특색이 살아 있습니다.
밥 위에는 얇게 펴진 진짜 금박이 얹어져 있고, 그 주변에는 카가야키 새우튀김, 고등어된장조림, 지역산 채소 절임 등이 정갈하게 담겨 있습니다. 하나하나의 반찬이 모두 손으로 만든 느낌을 주며, 시각적으로도 매우 화려해 여성 여행자나 블로거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.
- 가격: 약 1,500엔
- 판매 위치: 가나자와역 '에키벤야 마쓰리' 매장
- 특징: 포토제닉 + 지역 특색 모두 만족
3. 하코다테역 – 가이센벤(海鮮弁当)
홋카이도 하코다테는 신선한 해산물의 천국입니다. 이 도시의 대표 벤토인 '가이센벤(해산물 도시락)'은 그날 유통된 해산물만을 사용해 만드는 도시락으로, 신선도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.
연어알(이쿠라), 게살, 오징어 절임, 생새우 등이 밥 위에 가득 얹혀 있으며, 도시락을 여는 순간 바다 내음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. 기차 안에서 간단히 먹기에는 조금 손이 많이 가지만, 맛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.
- 가격: 약 1,800엔
- 주의사항: 냉장 보관 필요, 2시간 이내 섭취 권장
- 판매 위치: 하코다테역 1층 벤토 코너
4. 신오사카역 – 타코벤(たこ弁)
오사카의 명물 타코야키를 벤토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도시락이 바로 '타코벤'입니다. 보기에는 일반 타코야키와 같지만, 도시락으로 적합하게 덜 흐물거리고 조리된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.
소스와 마요네즈는 별도로 포장돼 있어, 기차 안에서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매력입니다. 사이드에는 오코노미야키 한 조각과 절임 채소도 포함돼 있어, 작은 구성 안에서도 오사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.
- 가격: 약 1,000엔
- 판매 위치: 신오사카역 2층 푸드코트 구역
- 추천: 1인 여행자, 아이 동반 가족
5. 이토역 – 와사벤(わさび弁当)
이즈반도 남부에 위치한 이토는 일본 와사비 재배지로 유명합니다. 이곳에서 판매되는 '와사벤'은 특이하게도 와사비 향이 나는 밥 위에 생선초절임과 야마이모(산마) 절임 등을 얹은 구성입니다.
처음엔 생소할 수 있지만, 와사비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오히려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. 특히 더운 여름철에 차갑게 먹기 좋은 도시락입니다. 포장은 전통 대나무 껍질 스타일로, 열차 여행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줍니다.
- 가격: 약 1,300엔
- 판매 위치: 이토역 로컬 매점
- 특징: 건강식, 여름철 인기
결론
일본의 역벤토는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. 그 도시가 가진 맛, 향, 전통, 철도문화가 한 끼에 응축된 작은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. 특히 지역 벤토는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희소성만으로도 특별한 콘텐츠가 됩니다.
일본 기차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단순히 목적지에만 집중하지 말고, '그 길 위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'도 함께 고민해 보세요. 역벤토 하나가 여행의 분위기를 바꾸고, 그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.